현대차그룹이 휘발유차와 하이브리드카(HEV)에도 레벨2+ 자율주행을 넣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기차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밀어붙이는 테슬라·샤오펑과는 정반대 방향입니다.
이 소식은 2026년 9월 8일 한국경제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아직 현대차그룹의 공식 발표는 아닙니다. 오늘(2026년 9월 9일) 시점에서 이 계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전기차 업체들은 같은 길을 가지 않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슨 계획이 보도됐는가
한국경제는 "현대차그룹 역발상…'기름 넣는 자율차' 만든다", "휘발유차도 자율주행…현대차 기술 성벽 쌓는다"라는 연작 기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와 HEV에도 레벨2+ 자율주행을 순차적으로 넣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사는 "업계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며, 인용된 것은 익명의 업계 관계자 코멘트뿐입니다. 현대차그룹 명의의 보도자료나 임원 발언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 계획은 기존 로드맵과 별개로 붙는 내용입니다. 현대차는 2026년 8월 26일 '2026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 기반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첫 양산 모델을 2028년에 내놓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자체 자율주행 AI '아트리아(Atria) AI'를 2026년 말 광주 실도로에 투입해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내용도 함께였습니다. 이 공식 발표 어디에도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차 언급은 없었습니다. 내연기관·HEV 확대는 이번 한경 단독보도에서 처음 등장한 내용이며, 구체적 출시 연도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사 표현 그대로 "차례로 내놓기로 했다"는 수준입니다.

테슬라·샤오펑은 왜 이 길을 가지 않는가
레벨2+ 자율주행은 카메라·레이더·라이다 같은 센서와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고성능 연산장치를 상시 가동해야 합니다. 전기차는 애초에 고전압 배터리와 이를 감당하는 전장 체계를 갖추고 설계됩니다. 자율주행 컴퓨터 하나가 추가로 붙어도 흡수할 여유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내연기관차는 사정이 다릅니다. 12V 혹은 48V 수준의 저전압 전장 체계에 오디오, 조명, 파워스티어링 같은 기존 부하가 이미 얹혀 있고, 여기에 상시 작동하는 자율주행 연산장치가 새로 붙는 셈입니다. 한경 기사군에서도 "내연기관차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자율주행 구현에 적합하지 않다"며 상시 전력 공급·발열 처리를 난제로 지적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수치나 전문가 실명 코멘트까지 실린 것은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하이브리드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HEV는 순수 내연기관차보다 한 단계 높은 고전압 배터리와 강화된 전장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 가솔린차보다 먼저 하이브리드에 레벨2+가 적용되는 순서로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는 전장 구조상 자연스러운 추정이며, 보도에 이런 적용 순서가 명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수십 년 내연기관 제어 노하우"는 무엇을 뜻하는가
업계 관계자 코멘트로 전해진 "수십 년 쌓은 내연기관 제어 노하우로 풀겠다"는 말은, 자율주행을 외부 파트너에게 맡기지 않고 자체 기술로 소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 흐름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조직이 현대차·기아의 SDV·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맡고 있는 42dot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4월 공식 뉴스룸에서 42dot과 함께 자율주행과 SDV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분명히 나눠서 봐야 합니다. 9월 8일 한경 보도 원문에는 42dot이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42dot의 역할은 그룹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사실이지만, 이번 계획과 42dot을 직접 잇는 1차 출처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내재화 조직이 이미 있으니 그 연장선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도의 정황적 분석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제어 시스템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자체 노하우로 흡수하려는 시도는 항공기 비행제어 소프트웨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관련 글: KF-21과 무미익 비행제어).
25년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입장에서 보면, 완성차 회사가 자율주행 SW를 "내재화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프로젝트의 성격이 바뀝니다. 검증된 외부 플랫폼을 가져다 붙이는 통합 프로젝트에서, 요구사항 정의부터 검증 체계까지 자체 조직이 책임지는 개발 프로젝트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내연기관·HEV라는 새 차종군까지 얹으면 기존 전기차용 일정·인력 계획과 별도로 차종별 검증 라인을 새로 세워야 하고, 외부 협력사와의 역할 분담도 다시 그어야 합니다.
시장 논리 — 왜 지금 이 방향인가
전기차 업체들이 전기차 자율주행 고도화에 집중하는 사이, 전 세계 신차 판매의 다수는 여전히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6년 보고서 기준으로 2025년 전기차(순수전기+플러그인) 판매 비중은 25%였고, 나머지 75%가 내연기관과 일반 하이브리드였습니다. 이 큰 시장에 자율주행 기능을 얹을 수 있다면 전기차 전환 속도와 무관하게 판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만들어 두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레벨2+란 무엇인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용어가 있습니다. "레벨2+"는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정한 공식 6단계 자율주행 분류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SAE 분류는 레벨0부터 레벨5까지이며, 레벨2는 운전자가 모든 최종 책임을 지고, 레벨3부터 시스템이 개입 요청 전까지 주행을 전담합니다. "레벨2+"는 이 둘 사이 어딘가를 가리키는 업계 관행적 비공식 용어입니다. 한경 보도 역시 이를 "운전자 감독 아래 가속·제동·차로변경을 스스로 수행"하는 수준으로 정의하며, 테슬라 FSD(감독형)를 예로 듭니다.
이 용어가 업계에서 자리 잡은 배경에는 레벨3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레벨3부터는 사고 책임이 시스템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적 책임 소재와 안정성 검증이 훨씬 까다롭고, 상용화 범위도 제한적입니다. 그 사이 업계 전반에서는 책임을 운전자에게 둔 채 기능을 넓히는 레벨2+ 경쟁이 빨라졌습니다. 현대차의 내연기관·HEV 확대 계획도 이 흐름, 즉 "레벨3을 서두르기보다 레벨2+를 넓게 깔아 실사용 데이터와 시장 점유를 동시에 챙기는"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핵심을 세 줄로 정리합니다.
- 현대차그룹의 내연기관·HEV 레벨2+ 확대는 2026년 9월 8일 한국경제 단독보도로, 아직 공식 발표는 아닙니다.
- 전기차 업체가 이 길을 가지 않는 이유는 저전압 전장 체계의 전력·발열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크며, 하이브리드가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 "레벨2+"는 SAE 공식 용어가 아닌 업계 관행어이며, 전통 완성차들이 레벨3에서 한발 물러서는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내연기관·HEV에 실제로 이 기능이 적용되는 시점이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 계획이 42dot의 내재화 로드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현대차그룹의 공식 언급이 나올지 여부입니다.
참고 자료
- 한국경제, "[단독] 현대차그룹 역발상…'기름 넣는 자율차' 만든다" (2026-09-08)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820761
- 한국경제, "휘발유차도 자율주행…현대차 기술 성벽 쌓는다" (2026-09-08)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819621
- 현대차그룹 뉴스룸,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2026-08-26) — https://www.hyundaimotorgroup.com/en/news/hyundai-motor-company-charts-profit-driven-growth-roadmap-at-2026-ceo-investor-day
- IEA, Global EV Outlook 2026 — https://www.iea.org/reports/global-ev-outlook-2026
- Mobileye, Hands-off / Eyes-off 분류 (레벨2+ 정의) — https://www.mobileye.com/blog/hands-off-eyes-off-taxonomy-for-automated-dr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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