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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지식 쌓기

중국 반도체 추격 어디까지 왔나, 삼성·SK하이닉스 대응 전략 정리

by 덴마크다의 일상로 2026. 9. 2.

들어가며

올해 7월, 코스피가 하루 만에 크게 흔들린 날이 있었습니다. 원인은 뜻밖에도 중국 기업의 상장 소식이었습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상하이 증시에 입성한다는 뉴스 하나에 국내 반도체주가 일제히 출렁였던 것입니다.

솔직히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메모리? 아직 멀었지"라는 말이 업계의 일반적인 정서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숫자들을 보면 그렇게 편하게 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오늘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떤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지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engin akyurt

 

 

1. D램 — CXMT, 어느새 세계 4위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D램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기준으로 CXMT의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은 7.6%였고, 직전 분기 4.7%에서 3%포인트 가까이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8.6%로 1위, SK하이닉스 28.8%, 마이크론 22.4%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1년 전 3%대에 머물던 회사가 8% 수준까지 올라오며 세계 4위 자리를 굳힌 셈입니다.

자금력도 확보했습니다. CXMT는 지난 7월 상하이 증시 상장으로 약 86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를 조달했습니다. 이 돈은 그대로 생산라인 증설과 차세대 메모리 연구개발에 투입됩니다.

제품 구성도 달라졌습니다. CXMT는 이미 DDR5와 LPDDR5X 양산 단계에 진입했고, 서버용 D램 매출 비중이 2023년 4.6%에서 2025년 26.5%까지 올라왔습니다. 모바일용 저가 메모리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객사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텐센트와 대규모 서버 D램 공급 계약을 맺었고, HP·에이수스·에이서 같은 해외 PC 업체들도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CXMT 제품을 검토하거나 제한적으로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낸드플래시 — YMTC가 더 무섭다는 이야기

D램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곳은 낸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낸드 출하량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25%로 1위, SK하이닉스가 13%에 자회사 솔리다임 9%를 더해 22%로 2위였습니다. 그런데 중국 YMTC가 14%로 처음 3위에 올라서며 키옥시아를 근소하게 제쳤고, 마이크론 13%, 샌디스크 11%가 뒤를 이었습니다.YMTC는 현재 267단 3D 낸드를 양산 중이며 300단 이상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회사 CCSH는 상하이 증시 상장으로 330억 위안(약 6조 7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입니다.

증설 계획의 규모가 특히 눈에 띕니다. 옴디아에 따르면 YMTC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 201만 장에서 내년 249만 6000장으로 약 24% 늘어날 전망입니다. YMTC는 연말 우한 3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이르면 내년 말 글로벌 낸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습니다. 반면 국내 업체의 낸드 생산량은 삼성전자가 477만 장에서 484만 5000장, SK하이닉스가 279만 장에서 286만 5000장으로 사실상 정체될 전망입니다.

다만 수익성은 아직 다른 이야기입니다. YMTC는 출하량 성장에 비해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에 뒤처져 있는데,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용 제품보다 소비자용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3. HBM — 최근 나온 뉴스

AI 시대의 핵심인 HBM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CXMT가 HBM3E를 이미 소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물량을 본격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리바바 산하 반도체 설계 업체 T헤드와 캠브리콘이 자체 프로세서에 CXMT의 HBM3E를 탑재해 시험 중이라는 내용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사실이라면 제품 세대만 놓고 볼 때 국내 선두 업체와 한 세대 차까지 좁혀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볼 부분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실제 양산 기술력은 여전히 국내 업체보다 3~5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하며, HBM3E 생산에 성공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안정적인 수율로 대량 생산하고 고객사의 요구 수준을 충족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4. 파운드리와 국가 전략

메모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 CEO들은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7나노 이하 첨단 공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8나노 이상 성숙 공정에서는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2028년 성숙 공정 생산능력의 42%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SMIC는 2026년 1분기 가동률 93.7%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며 매출 기준 파운드리 3위를 지켰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Jonathan Kemper

 

 

그렇다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두 회사의 대응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① 범용에서 싸우지 않는다 —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과 범용 제품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최신 1c 공정을 적용한 LPDDR6를 준비 중인데, 기존 LPDDR5X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33% 높이고 전력 사용량을 20% 이상 줄인 제품입니다. 지난 4월 양산에 들어간 192GB SOCAMM2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에 적용됩니다. 참고로 CXMT의 최신 양산 제품은 한 세대 아래인 LPDDR5X 수준이라, LPDDR6 양산은 2027~2028년쯤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②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시설투자에 총 16조 8000억 원을 투입했고 이 중 반도체에만 15조 4000억 원을 썼습니다. 전분기 대비 5조 5000억 원 늘어난 규모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0조 원 후반대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CNBC는 SK하이닉스가 낸드 생산량 확대를 위해 4년간 중단했던 중국 다롄 공장 투자를 재개했다고 전했습니다.

③ 기술 격차를 더 벌린다

삼성전자는 7세대 HBM4E를 포함해 HBM4, DDR5, SOCAMM2, eSSD 등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로 기술 리더십을 지키겠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과 함께 8세대 HBM5, 발열 문제를 겨냥한 iHBM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고,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베이스 다이를 적용해 11.7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습니다. 이는 JEDEC의 HBM4 표준인 8Gbps보다 약 46% 높은 수준입니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함께 HBM과 SSD 사이에 놓이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인 '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Brecht Corbeel

 

 

마무리 —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정리해 보면 그림이 비교적 선명합니다.

범용 D램과 낸드에서는 이미 실질적인 압박이 시작됐고, HBM과 최선단 공정에서는 아직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기술 격차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CXMT는 범용 D램 기술 격차를 약 3년 수준까지 좁혔고, 업계에서는 AI 슈퍼사이클이 끝난 뒤 한국 반도체가 맞닥뜨릴 가장 큰 위협으로 중국 메모리의 본격적인 부상을 지목합니다. 지금은 AI 수요가 워낙 강해서 공급 부족이 우리 실적을 떠받치고 있지만, 그 파도가 잦아들었을 때 범용 시장이 이미 중국 손에 넘어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중국의 범용 메모리 장악력이 장기적으로 첨단 메모리를 추격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입니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에서 우리가 이미 한 번 겪어본 패턴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