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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은 왜 유언장보다 힘이 세다고 하는가 — 상속분쟁 5배 시대의 구조와 한계

by 덴마크다의 일상로 2026. 9. 14.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생전에 은행 등과 신탁계약을 맺어, 사망 후 재산이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제도입니다. 신탁 잔액이 1년 새 70%를 넘게 늘면서 유언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Joey Yu

 

 

숫자로 보는 흐름 — 신탁 잔액과 상속분쟁은 얼마나 늘었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신탁 잔액은 2020년 말 9,446억 원에서 2025년 말 4조5,024억 원으로 커졌고, 2026년 8월 말 기준으로는 7조6,711억 원까지 늘었습니다(한국경제 2026-09-09). 2025년 말 대비 8개월 만에 70.4% 증가한 수치입니다.

같은 흐름은 보험 쪽에서도 확인됩니다. 3대 생명보험사의 보험금청구권신탁 누적 판매액은 1조140억 원으로, 작년 말 6,014억 원 대비 68.6% 늘었습니다(한국경제 2026-09-13).

신탁이 느는 배경에는 상속 분쟁 증가가 있습니다. 법원 통계를 인용한 언론 보도(한국경제·법률방송·머니투데이 등, 2026년 9월)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는 2014년 771건이었는데, 2026년 상반기에만 2,093건이 접수돼 연간으로는 4,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10여 년 만에 다섯 배가 되는 셈입니다. 지난해 분쟁의 84.5%는 1억 원 이하 소액 사건으로, 재산 규모와 무관하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왜 늘어나는가 — 유언장의 약점과 신탁의 작동 원리

유언장은 형식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자필증서 유언(민법 제1066조)은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을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쓰고 날인해야 하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거나 날인을 빠뜨리면 무효입니다. 공정증서 유언(민법 제1068조)은 증인 2인이 참여한 자리에서 공증인이 구술을 듣고 필기·낭독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자필증서는 유언자 사망 후 법원 검인(민법 제1091조)이 필요한데, 검인은 위·변조를 막기 위한 절차일 뿐 유언의 효력 요건은 아니며 공정증서는 통상 검인이 필요 없다고 해석됩니다. 다만 유언장은 재산을 포괄적으로 처분하는 방식이라 조건을 걸거나 나눠서 지급하는 설계는 어렵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이와 다르게 작동합니다. 위탁자가 생전에 은행 등 수탁자와 신탁계약을 맺어두는 구조입니다. 신탁법 제59조는 "수익자가 될 자로 지정된 자가 위탁자의 사망 시에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 또는 "수익자가 위탁자의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신탁"을 규정하고, 위탁자가 수익자 변경권을 갖는다고 명시합니다(2012년 7월 26일 시행). 계약이므로 검인 절차가 필요 없고, 치료비·생활비처럼 조건을 걸어 나눠 지급하는 설계도 가능합니다.

 

 

유언장 vs 유언대용신탁 vs 보험금청구권신탁

세 제도는 재산이 넘어가는 시점과 방식에서 뚜렷하게 갈립니다.

구분 유언장(자필/공정증서) 유언대용신탁 보험금청구권신탁
효력발생시점 유언자 사망 시 위탁자 사망 시 수익권 취득·급부 개시(계약은 생전 체결) 피보험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에 대해 신탁 개시
형식요건 자필: 전문·연월일·주소·성명 자필+날인 / 공정: 증인 2인, 공증인 구술·필기·낭독 위탁자-수탁자 간 신탁계약 체결 일반사망보장 3천만 원 이상 등 요건 갖춘 보험계약에 신탁 특약 부가
검인절차 자필증서는 법원 검인 필요(효력요건 아님) / 공정증서는 통상 불필요 불필요(계약) 불필요
분할·조건부지급 어려움(포괄적 재산처분 위주) 가능(치료비·생활비 등 조건부·분할 설계) 가능(사망보험금을 기간을 나눠 지급 등)
비용 자필증서는 별도비용 거의 없음 / 공정증서는 공증수수료 발생(구체 금액 확인 안 됨) 개별 계약 시 별도 협의(표준 수수료 확인 안 됨) 개별 협의(확인 안 됨)
취급기관 공증인(공정증서) / 별도 기관 불요(자필증서) 은행 신탁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생명보험사(3대사 등)

보험금청구권신탁은 2024년 11월 12일 시행됐으며(금융위원회 2024-11-11 보도자료), 보험계약대출이 없고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가 동일인이며 수익자가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제한되는 계약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탁이라고 분쟁을 다 막아주는가 — 유류분과 남는 한계

### 대법원 판례는 무엇을 판단했는가

유언대용신탁도 유류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19다294466 판결은,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위탁자 사망 후 수익자에게 이전된 재산(해당 사건은 부동산)이라도 사인증여에 준하는 특별수익으로 인정돼 유류분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탁자는 재산을 관리·운용하고 보수를 받을 뿐 실질적 취득자가 아니므로, 반환의무는 수익자가 진다고 봤습니다. 이 판단이 이 사건의 구체적 신탁 구조에 대한 것인지, 유언대용신탁 전반에 적용되는 포괄적 법리인지는 판결문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후속 판례가 쌓여야 방향이 뚜렷해질 사안입니다.

### 제도와 자산의 한계는 어디에 남아있는가

유류분 제도 자체도 바뀌는 중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결정(2020헌가4 등)에서 형제자매 유류분(민법 제1112조 제4호)을 단순위헌으로 즉시 효력을 없앴고, 직계비속·배우자·직계존속 유류분 조항과 기여분 준용 배제 규정은 헌법불합치로 2025년 12월 31일까지 잠정 적용하며 국회에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2026년 2월 12일 국회 의결, 법률 제21454호)은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권을 폐지하고,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유증을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반영했으며, 반환 방식도 원물반환 원칙에서 가액(금전)반환 원칙으로 바꾸는 관련 조항을 신설·개정했습니다.

신탁으로 모든 자산을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영경 선임연구위원은 담보대출이 남아있는 부동산이나 치매보험처럼 신탁 대상에서 빠지는 자산이 있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한국경제 2026-09-13). 수탁자는 관리·운용 의무는 지지만, 수익자 지정 경위나 조건을 둘러싼 다툼 자체는 막지 못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은 분쟁을 줄이는 장치이지, 없애는 장치는 아닙니다.

고령화에 따른 가족 내 부양·상속 구조 변화도 같은 맥락입니다. 조부모의 돌봄 부담과 관련 제도를 보면 가족 간 자산·역할 이전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유언장과 유언대용신탁을 같이 두면 어떻게 되나요?

신탁계약으로 이전된 재산은 신탁법에 따라 처리되고, 신탁에 편입되지 않은 나머지 재산에는 유언장의 효력이 미칩니다. 다만 유류분을 계산할 때는 신탁재산도 특별수익으로 합산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2019다294466 판결의 취지이므로, 신탁을 설정했다고 유류분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Q2. 신탁 설정 후 취소하거나 수익자를 바꿀 수 있나요?

신탁법 제59조 제1항은 신탁행위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위탁자가 생전에 수익자를 변경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신탁 자체의 해지나 조건 변경 범위는 개별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계약 체결 전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Q3.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아무 보험이나 가입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일반사망 보장 3천만 원 이상(재해·질병사망 특약 제외), 보험계약대출이 없는 계약,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가 동일인, 수익자는 직계존비속·배우자로 제한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2024년 11월 12일 시행).

 

 

핵심 요약과 앞으로 지켜볼 지점

  • 신탁 잔액이 1년도 안 돼 70%대 증가율을 보일 만큼 유언대용신탁·보험금청구권신탁 이용이 늘고 있습니다.
  • 유언대용신탁은 검인 없이 조건부·분할 지급을 설계할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상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 연 4,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와 2026년 3월 개정 민법의 실제 적용 사례가 앞으로 신탁 설계 방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법률·세무 자문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기준 시점 2026-09-14.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신탁법 제59조, 민법 제1066조·제1068조·제1091조·제1112조: https://www.law.go.kr
  • 헌법재판소 2024년 4월 25일 결정(2020헌가4 등): https://www.ccourt.go.kr
  • 대법원 2024년 7월 11일 선고 2019다294466 판결: https://www.scourt.go.kr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2024-11-11), 보험금청구권신탁 시행: https://www.fsc.go.kr
  • 한국경제(2026-09-09), "치매 걸리면 강남 아파트는 손자에게… 유언대용신탁 7조원 넘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93635i
  • 한국경제(2026-09-13), "돈 때문에 자식들 원수지간 될라…유언장 안 쓴다 돌변":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313521
  • 법률방송뉴스(2026-09), 상속분쟁 통계: https://www.lawtv.kr/news/articleView.html?idxno=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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