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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다음은 6세대 전투기, KAI와 대한항공이 맞붙었습니다 (2026 개념연구 총정리)

덴마크다의 일상로 2026. 8. 31. 21:52

KF-21 보라매 체계개발이 끝난 게 불과 한 달 전이에요. 2015년에 시작해서 11년 만에, 1,600회가 넘는 무사고 비행시험을 거쳐 마무리했으니 정말 대단한 성과죠.

그런데 그 축포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방위사업청이 다음 카드를 꺼냈습니다. 바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그러니까 6세대 전투기 사업이에요. 그리고 이 자리를 두고 KAI와 대한항공이 정면으로 부딪히게 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뉴스를 보고 "5세대는 건너뛰는 건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자료 출처 : KAI 공식 홈페이지

 

 

1. 어떤 사업인가요? (숫자로 보는 개념연구)

방위사업청이 지난 8월 21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습니다. 규모를 정리하면 이래요.

 

항목  내용
예산 약 9억 원
기간 약 14개월
입찰 마감 2026년 10월 1일
결과 도출 시점 2028년경

 

9억 원이면 무기체계 사업치고는 정말 작은 돈이에요. 전투기 한 대 값도 안 되죠. 하지만 이건 '설계도 이전의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라 금액과 무게감이 전혀 비례하지 않습니다.

주요 과제는 차세대 전투기의 작전운용성능(ROC)과 임무 시나리오를 뽑아내고, 저피탐(스텔스) 형상 2종을 설계하고, 핵심 국방기술 확보 로드맵을 세우는 것입니다. 연구가 끝나면 1.5m 크기의 정밀 축소 모형과 100장이 넘는 설계 시각화 이미지가 군에 제출된다고 해요.

여기서 나온 결론이 앞으로 수십조 원짜리 사업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표준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요.

 

 


 

2. 방사청이 요구한 6세대 기술, 생각보다 훨씬 셉니다

입찰제안서에 담긴 기술 요구사항을 보면 KF-21과는 아예 다른 비행기를 상정하고 있다는 게 확실해집니다.

전방위 저피탐 (광대역 스텔스)

지금까지의 스텔스기는 주로 정면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줄이는 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앞·옆·뒤 모든 각도에서 RCS를 최소화하라는 요구입니다. 적외선, 음향, 전자파 방출까지 낮춰야 하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실제 공중전은 "들어가서 → 쏘고 → 빠지는" 흐름이거든요. 빠져나올 때 뒷모습이 레이더에 훤히 잡히면 그건 스텔스가 아닌 셈이죠. F-35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무미익(無尾翼) 형상

수직꼬리날개는 레이더 전파를 엄청 반사합니다. 그래서 미 공군 F-47처럼 꼬리날개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설계로 가는 건데요.

문제는 꼬리날개가 기체의 안정성과 급기동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라는 거예요. 그걸 떼어내면 비행기가 불안정해집니다. 결국 정교한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로 그걸 다 보완해야 해요. 방사청이 제안서에서 "미익 제거 시 조종안정성 보완 방안을 제시하라"고 못 박은 것도 이 난이도를 알고 있어서겠죠.

소프트웨어로 물리 법칙을 붙들어 매는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SW 쪽에서 오래 일해서 그런지, 이 대목이 제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S자 공기흡입로

엔진 압축기 날개가 정면에서 보이면 레이더파가 그대로 반사됩니다. 그래서 공기 통로를 S자로 구부리는데, 이건 1960년대 냉전기 기초 기술조차 해외 이전이 엄격히 통제되는 영역이에요. 6세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공기는 더 많이 빨아들이면서 반사는 더 줄이는 설계를 요구합니다.

 

고효율 가변사이클 엔진

비행 방식에 맞춰 엔진 작동 모드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기술이에요. 장거리 순항 모드와 고속 전투 모드를 오가면서도 추력이 끊기면 안 됩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극소수 국가만 갖고 있는 기술이고, 솔직히 이번 사업에서 제일 큰 산이 여기라고 봐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와 AI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핵심, MUM-T입니다. 유인 전투기 1대가 다수의 무인기를 지휘하는 방식이에요. 무인기가 앞장서서 정찰·전자교란·표적 지정 같은 고위험 임무를 맡고, 조종사는 뒤에서 판단하고 지휘합니다.

 


 

3. KAI vs 대한항공, 무엇이 다른가

이 구도가 재미있는 게, 두 회사의 강점이 정확히 6세대 전투기의 두 축을 하나씩 나눠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KAI — "완제기를 만들어 본 유일한 회사"

KAI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투기 완제기 체계종합을 해본 기업입니다. KT-1, T-50, KUH-1 수리온, 그리고 KF-21까지. 기체 설계부터 항공전자 통합, 지상시험, 비행시험까지 전 과정 인프라를 갖고 있어요.

무인기 쪽도 손 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무인전투기(UCAV)와 다목적무인기(AAP) 모델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KF-21과의 복합 운용 시스템을 준비해 왔고요. 지난해 파리 에어쇼에서는 KF-21을 5세대로 개량한 뒤 AI 조종 소프트웨어와 무인기를 붙여 2030년대 중반 6세대 개념을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 — "무인기로 정면 승부"

대한항공은 2000년대 초반 근접 감시용 무인기부터 시작해서 사단 정찰용 무인기, 중고도 무인기, 헬기형 UAV까지 라인업을 계속 넓혀왔어요. 사단 정찰용 무인기는 국내 기업 최초로 군용항공기 형식인증을 받기도 했고요.

특히 국방과학연구소(ADD)·방사청의 '미래도전국방기술사업'에서 저피탐 무인 편대기 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KF-21과 함께 날 무인 윙맨을 실제로 만들고 있는 거죠.

그래서 관전 포인트는

6세대 전투기가 **"기체 중심의 진화"**로 정의되면 KAI가 유리하고, **"무인기 편대와 네트워크 중심의 전환"**으로 정의되면 대한항공에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개념연구라는 게 뭐죠? 그 정의 자체를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두 회사가 이렇게 필사적인 겁니다. 9억 원짜리 용역이 아니라, 앞으로 20년의 문법을 누가 쓸 것이냐의 문제예요.

 

 

 

자료 출처 :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4. 5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6세대로? 

여기가 제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흔히 "KF-21은 4.5세대니까 조금만 손보면 5세대(KF-21EX, 블록3)로 갈 수 있다"고 말해요. 그런데 전문가들 이야기를 찾아보니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더라고요.

 

KF-21을 5세대로 만드는 건 사실상 재설계에 가깝습니다. 내부 무장창을 넣으려면 동체 구조를 다시 짜야 하고, 무장창 문이 초음속 기류 속에서 정확히 열리고 닫혀야 하고, 열려 있는 동안은 스텔스 형상이 깨지니 노출 시간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해요. 엔진과 전자장비 체계통합도 다시 해야 하고요.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1만 6,000파운드급 국산 엔진(KTF16000) 일정까지 얽혀 있습니다.

 

돈도 만만치 않아요. 2024~2028년 KF-21 최초 양산 40대에 8조 3,840억 원, 2032년까지 후속 양산 80대에 18조 원대가 잡혀 있습니다. 첨단 항공엔진 개발비만 3조 3,500억 원 규모고요. 여기에 5세대 개량비까지 얹으면...

그래서 저는 "5세대 개량에 10년, 20조를 쓰는 게 맞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유는 하나 더 있어요. 지금 AI가 판을 바꾸고 있잖아요. 미국은 이미 AI 무인기 사업에 총 600억 달러(약 80조 원)를 배정하고 최소 1,000대의 AI 무인전투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보잉의 MQ-28 '고스트 배트', 앤듀릴의 '퓨리', 제너럴 아토믹스의 '갬빗' 시리즈가 그 결과물이고요.

 

5세대가 "조종사 한 명이 탄 스텔스기 한 대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싸움이었다면, 6세대는 "한 명의 조종사가 몇 대의 AI 무인기를 얼마나 잘 지휘하느냐"의 싸움입니다. 게임의 규칙 자체가 달라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5세대 단독 플랫폼에 자원을 집중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 저는 개인적으로 KF-21은 블록2 수준에서 충분히 활용하면서, 남는 역량을 6세대 핵심기술(엔진·무미익 비행제어·AI 자율편대)에 몰아주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론도 분명히 있어요. 5세대 개량 과정에서 얻는 내부 무장창·스텔스 형상 설계 경험이 결국 6세대의 밑거름이 된다는 시각, 그리고 6세대는 실패 위험이 너무 크니 검증된 경로를 밟아야 한다는 시각도 타당합니다. 실제로 방사청은 2026년 국방예산에 기체 구조·첨단 신소재·차세대 센서 등 선행 R&D로 636억 원을 편성해 두 갈래를 동시에 준비하는 모양새고요.

이건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베팅이라고 봐요.

 

 

F-47

 

 

5. 진짜 문제는 시간입니다

한숨이 나오는 대목은 따로 있어요. 일정입니다.

주변국 상황부터 볼까요.

  • 중국: 청두항공(CAC)의 J-36이 2024년 첫 시험비행을 했습니다. 꼬리날개를 모두 없애고 엔진 3개를 달아 초음속 순항과 레이저·고출력 센서용 전력을 확보한 형상이에요. 선양항공(SAC)의 J-50도 6세대 기술실증기로 알려져 있고요.
  • 일본·영국·이탈리아: GCAP 프로그램이 203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달리고 있습니다. 프랑스·독일 주도의 FCAS가 삐걱대면서, GCAP는 미국을 제외하면 서방에서 유일한 6세대 프로그램이 됐어요.
  • 미국: F-47이 이미 진행 중이죠.

반면 한국은요. 개념연구(14개월) → 소요제기·소요확정 → 중기소요 전환 → 선행연구 → 사업타당성조사 → 연구개발. 이 절차를 다 밟아야 합니다.

모든 게 순조로워도 2040년대 중·후반입니다. 엔진 같은 핵심기술이 늦어지면 2050년대로 밀릴 수도 있고요.

그때쯤이면 주변국 6세대기는 운용 이력이 충분히 쌓여 전술까지 정립된 상태일 겁니다. 수출 시장도 GCAP가 상당 부분 선점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GCAP는 제3국 판매가 가능한 기종이거든요.

"KF-21 개발할 때 6세대 사전연구도 병행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방사청이 9억 원, 14개월짜리 한국형 6세대 전투기 개념연구를 공고했고, 입찰 마감은 10월 1일입니다.
  2. 요구 기술은 전방위 저피탐, 무미익, 가변사이클 엔진, MUM-T, AI로 KF-21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에요.
  3. 완제기 경험의 KAI와 무인기 기술의 대한항공이 맞붙었고, 6세대의 정의를 누가 쓰느냐가 걸린 싸움입니다.
  4. 5세대 개량이냐 6세대 직행이냐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고, AI 시대에는 후자의 논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5. 가장 큰 리스크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솔직히 저는 KF-21 체계개발 종료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으면서도 조금 허전했어요. 11년을 달려 도착한 지점이 세계 기준으로는 이미 한 세대 반 뒤였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우리 항공산업의 현실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도 하죠.

이제는 속도 싸움입니다. 개념연구 9억 원이 작아 보여도, 여기서 나온 그림 한 장이 2040년대 대한민국 하늘을 결정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