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읽고 인생을 논하다
나는 어려서부터 삼국지를 읽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단 한 번도 완독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 유비, 관우, 장비가 죽는 장면까지 가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5~6권쯤 읽다가 덮어두고, 몇 년이 흘러 다시 1권부터 시작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디어 '완청(完聽)'을 했다.
바로 윌라에서 이문열 삼국지를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7월 2일부터 듣기 시작해서 11월 5일에서야 다 들었으니, 꼬박 4개월 3일이 걸렸다.
이번에는 삼국지를 꼭 마무리하겠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절대로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보통은 오디오북을 들을 때 2~3배속으로 빠르게 듣지만, 이번만큼은 1배속으로 정주행 했으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 듣고 난 느낌은 뭐랄까,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삼국지는 위, 촉, 오가 천하를 셋으로 나눈 시대에 서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 나관중의 원작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기반으로 (이문열 작가가) 평역한 책이 아닌가.
어릴 때 접한 삼국지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가 주인공이었고, 조조와 손권은 악역을 담당했다.
게다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량이 있으니 '촉'은 항상 최강의 나라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들은 삼국지는 달랐다.
촉은 보잘것없는 험한 땅을 기반으로 한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았고, 오히려 조조가 진정으로 삼국을 통일할 만한 인물로 느껴졌다.
다만 유비는 '한나라 황실의 후손'이라는 명분과 정통성을 가졌기에, 우리가 그토록 그를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관우가 죽고, 장비가 허무하게 죽고, 유비마저 죽는 것을 보며 인생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결국 그 모든 영웅이 사라진 뒤, 조조가 힘들게 세운 위나라를 사마의가 차지하고 그의 손자 사마염이 '진(晉)'나라를 세우는 결말이라니... 조조는 과연 죽을 때 이런 결말을 알고 있었을까?
역사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시대의 영웅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노력했지만, 그들이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인간은 죽으면 그 이후를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겠으나, 후세대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의 노력이 때론 부질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런 생각을 하니, 지금의 내 삶도 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목표와 결정을 한다.
그때마다 '만약 내가 다른 걸 선택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삼국지의 거대한 흐름을 보고 나니, 지금의 결정이 훗날 더 나은 결정이었을지 아닐지 미리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내가 이루고자 했던 처음의 목표, 명분을 변함없이 유지한다면, 그저 현재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나아가게 만드는 자양분이 아닐까싶다.
인생은 직진이 아니다.
끝없는 지그재그, 유턴, 때로는 제자리걸음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영웅들이 그랬듯, 결국 내가 이루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죽는 순간에 여한은 없지 않을까.
나도 부자가 되고 싶고, 지금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요즘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어서 정신을 차려야겠다.
삼국지의 영웅들이 그랬듯, 다시 내가 이루고자 한 목표를 향해 조금이라도 직선을 그어야 할 시점이다.
삼국지는 결국 나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준 책이 되었다.